의혹이 발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구멍이다. 여러 사실이 하나의 진실을 가리켜야 하는데, 구멍이 있으면 진실이 될 수 없다. 이때 구멍을 메워 보려는 노력이 따르기 마련이다. 의도한 진실이 진실처럼 보이도록 구멍을 메우는 경우가 있다. 구멍을 메우려고 애쓰다 보니 생각하지 못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으로 더 많이 알려진 박정희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에도 구멍이 있었다. 이 사건의 구멍은 현재까지 메워지지 못했다. 그래서 의혹으로 남았다. ⟨암살자(들)⟩은 이 사건이 발생했던 그때 이 구멍을 발견한 후 그것을 메워 보려고 노력한 기자들이 있었을 것이란 상상력으로 구성한 영화다. 하지만 구멍의 실체까지 상상한 건 아니다.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한참 지나 여러 사건 관계자의 증언과 기록, 보도를 통해 알려진 구멍을 가져왔을 뿐이다. 기록된 역사에는 구멍이 있었고 그것이 상상력을 부추겼으며 그래서 영화가 되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많은 영화가 그랬다.
구멍을메우는가장손쉬운방법은애초에구멍이없었다고주장하는것이다. 지금⟨암살자(들)⟩을역사왜곡영화라고주장하는사람들이선택한방법이다. 의혹이없는사건에왜의혹이있다고하는것인가! 그런데 그렇게 주장하면과거⟨이제는말할수있다⟩나⟨그것이알고싶다⟩가보도한내용도역사왜곡이된다. 구멍이없다고주장할수록또다른구멍이생겨나는상황. ⟨암살자(들)⟩이보여준구도가현실에서재현되고있는것이다. 영화속에서도구멍을메운수사본부의발표는기자의몇마디질문에또다른구멍을드러낸다. 다만영화가그리는 1974년은구멍이없다고주장하는쪽의힘이더강한시대다. 실제엄혹한언론통제가있었으니그럴듯한상상이다. 그래서이영화도새로운사실들로구멍을메우는결론까지이르지는못한다. 왜진실에이르고자하는노력을가로막는가라는질문으로끝을낼뿐이다. 실제사건의맥락에서보면구멍을그대로남기는연출이고, 영화적맥락으로보면처음부터이구멍을메워보려고한건아니라는뒷걸음질이다. 차라리영화적상상력을끝까지밀어붙였다면어땠을까. 어차피역사왜곡이라는비난을피할수없었다면, 적어도영화로서의결론은가질수있었을테니말이다.
⟨암살자(들)⟩(허진호, 2026)
#.2 스스로 파고 있는 구멍
⟨암살자(들)⟩을둘러싼구멍은여기서끝나지않는다. 초기비난은한문장으로수렴했다. "그럼박정희대통령이자기아내를죽이려고했단말이냐!" 주진우국민의힘의원이대표적이다. 그는 9월 27일페이스북에 "'암살자(들)'은육영수여사를암살한사건의배후가북한이아니라박정희전대통령인것처럼왜곡했다"며 "영화적상상력이아니라유족의가슴을미어지게하는패륜적범죄"라고썼다. 나는그가이사건을 '육영수여사암살'로규정하는게이상했다. 당시수사당국의공식발표로보나이후불거진의혹으로보나, 이사건은어디까지나 '박정희대통령저격미수사건'이다. 범인은박정희대통령을저격하려했지만그러지못했다. 경호원이저격범을제압하려하고, 그런제압을피해어떻게든박정희대통령에게총을쏘려고시도하는과정에서육영수여사가총알에맞아사망했다. 육영수여사의사망은범인의계획에없던결과인것이다. 이건처음부터구멍이없었다고주장하는쪽에서도알고있는사실이다. 그러니주진우의원이⟨암살자(들)⟩이란영화가해당사건의배후에박정희대통령이있다는주장을한다고판단했다면 "육영수여사를암살한사건의배후"가아니라 "박정희대통령암살계획의배후"라고적었어야했다. 그리고 '박정희대통령이자신에게총을쏘라고했단말인가!'라고물었어야했다. 사건의원인은잊어버리고결과에만집착해서생겨난구멍이다. 그런구멍에빠져서막장드라마적인상상력이먼저발동된결과다. 같은맥락에서그런말에반박하기위해 "박정희대통령과육영수여사가사이가원래안좋았다"는식의의혹을제기하는쪽도같은구멍에빠져있다고볼수밖에없다. 설령 그 구멍 안에서 따져 보더라도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정말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를 죽이려 했다면, 굳이 사람들로 가득한 행사장에서 자신을 겨냥한 저격의 형태로 일을 꾸밀 필요가 있었을까?